학창 시절 수금지화목토천해명까지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명왕성이 행성 목록에서 빠진 뒤로, 천문학계에서는 오히려 더 뜨거운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아홉 번째 행성의 존재 여부입니다. 2023년 3월, 일본 스바루 망원경 관측팀이 '암모나이트'라는 새로운 천체를 발견했습니다. 이 발견이 아홉 번째 행성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정작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세드노이드 천체, 암모나이트의 발견
해왕성 궤도 너머에는 전혀 다른 천체들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 천체들은 태양에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립니다. 여기서 세드노이드란 해왕성 궤도를 훌쩍 벗어나 태양계 가장자리를 크게 맴도는 천체를 의미합니다(출처: NASA). 2003년 처음 발견된 세드나를 대표 천체로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죠.
암모나이트는 네 번째로 발견된 세드노이드입니다. 공식 명칭은 2023 KQ1이고요. 스바루 망원경을 활용한 '태양계 외곽 형성 얼음 유산(FOSSIL)' 프로젝트에서 포착되었습니다. 2023년 3월과 5월, 8월에 걸쳐 관측되었고, 이후 캐나다와 프랑스, 하와이 망원경이 추가 관측에 나섰습니다. 저도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드디어 아홉 번째 행성을 찾을 실마리가 나왔구나' 싶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19년에 걸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암모나이트의 궤도를 계산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평균 250AU(천문단위) 이상 떨어진 곳을 돌고, 가장 가까이 다가갈 때도 지구-태양 거리의 66배나 멀리 있습니다. 여기서 AU란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인 약 1억 5천만 km를 1로 나타낸 단위입니다. 쉽게 말해 암모나이트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먼 우주의 끝자락을 떠돌고 있는 셈이죠.
흥미로운 점은 암모나이트가 발견된 위치입니다. 태양 주변 소천체들의 궤도 분포를 보면, 유독 특정 구간에서 천체가 잘 관측되지 않는 '장반경 간극(큐)'이라는 빈틈이 있습니다. 암모나이트는 바로 이 빈틈에서 발견된 최초의 천체입니다. 저는 공학을 전공했지만, 천문학을 공부할수록 2차원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3차원, 4차원적 복잡성에 매번 놀라게 됩니다. 행성 간 중력 상호작용, 궤도 변화량, 속도와 질량의 상관관계까지, 변수가 너무 많아서 물리학보다 훨씬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홉 번째 행성의 존재 가능성은 높아졌나, 낮아졌나
일부 천문학자들은 아홉 번째 행성이 해왕성 궤도 너머에 숨어 있을 거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 근거는 TNO(해왕성 너머 천체)들의 궤도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태양 주변을 도는 천체들의 궤도는 본래 사방에 무작위로 분포해야 하는데, 유독 특정 방향으로 쏠려 있다는 건 어떤 거대한 중력원이 작용했다는 뜻이죠. 그래서 그 반대편에 해왕성만 한 거대 가스 행성이 있을 거라는 가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후 발견된 천체들은 오히려 이 가설을 약화시켰습니다. 2017 발견된 TNO는 기존 천체들과 정반대 방향으로 쏠린 궤도를 그렸습니다. 아홉 번째 행성이 있다면 이 천체가 지금의 궤도를 유지할 수 없었을 거라는 계산이 나왔죠. 암모나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천문학자들은 네 개의 세드노이드 궤도를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돌렸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태양계 형성 이후 45억 년 내내 안정된 궤도를 유지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태양계가 만들어지고 약 3억 년이 지났을 때 네 세드노이드가 서로 곁을 지나가며 궤도가 한 번 변했을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출처: 국제천문연맹). 이것이 현재의 독특한 궤도를 만든 거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아홉 번째 행성이 굳이 필요한 걸까요? 저도 처음엔 아홉 번째 행성이 있다는 쪽에 기대를 걸었는데, 데이터를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더 결정적인 건, 아홉 번째 행성이 원래 추정했던 궤도에 있다면 암모나이트의 궤도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만약 정말 아홉 번째 행성이 있다면, 그 궤도는 원래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드노이드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까요. 결국 아홉 번째 행성을 찾기는 더 어려워진 셈입니다.
세드노이드의 독특한 궤도를 설명하는 다른 가설들도 있습니다. 주요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과거 떠돌이 행성이나 무거운 별이 태양계를 지나가며 외곽 천체들의 궤도를 바꿨을 가능성
- 태양이 원래 성단에 속해 있다가 쫓겨나는 과정에서 다른 별들의 중력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
- 태양 주변에 있던 작은 별이 거느리던 천체를 태양이 빼앗아온 결과일 가능성
저는 개인적으로 아홉 번째 행성의 존재 여부보다, 이런 논쟁 자체가 천문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천문학은 공부하면 할수록 겸손해지는 학문입니다. 제가 배운 공학 물리학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에 불과했고, 우주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광대하다는 걸 매번 깨닫게 되니까요.
아홉 번째 행성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찾아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서 천문학자들이 '없다'고 단정 짓진 않을 테니까요. 여전히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끝내 그 존재가 드러날 때까지 관측을 이어갈 겁니다. 결국 아홉 번째 행성을 둘러싼 우리의 운명은 두 가지뿐이 아닐까요? 지독하게 찾아내거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가거나. 어쩌면 이 우주엔 아홉 번째 행성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운명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건 제 예상 밖이었지만, 암모나이트의 발견이 오히려 아홉 번째 행성을 더 먼 어둠 속으로 밀어넣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합니다.